일년 내내 추위를 모르던 캘리포니아는 12월 말이 되어서야 겨울이 당도하였음을 마침내 알린다. 도통 꺼내 입어볼 일 없던 옷장 깊숙한 곳 나의 두툼한 외투들이 비로서 쓸모가 생긴 계절이 와버린 것이다. 때늦은 겨울이랍시고, 요란스럽게도 벌써 나흘째를 쉬지도 않고 억수같은 비를 하늘이 뿌리고 있다.
"아빠, rain이가 왜 와?"
작년이었다. 물끄러미 창밖 속 빗물을 바라보다 녀석이 뜬금없이 내게 물어왔었다. 어떨결에 그건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이 울고 있는 것이라고 대뜸 얘기해 버렸다. 왜 너도나도 모든 중딩들이 처음 기타 좀 만지작거리다가 똥폼잡고 쳐대는, 위대하신 Eric Clapton옹의 <Tears in Heaven>이라는 명곡도 있지 않은가. 암튼 그걸 어찌 아직 기억하고 있었는지, 몇일 전 제 엄마에게 그대로 일러바친 모양이다. 와이프는 아이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조금 언짢은듯 나를 타박한다. 아무렴 세살짜리한테 고기압 저기압이니, 수증기의 환원이니 구름속의 빙정이니 따위를 설명할 수는 없잖은가. 안그래도 나중에 지겹도록 해야 될 것이 공부인데 뭐 벌써부터 미리 머리 아프게시리.
그리고... 만약에.
만약에라도 내 말이 맞기라도 한다면 어쩔건데? 저 위에 계신 분께서는 슬퍼하실 일이 정작 없으시다냐.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자니 어찌 매일 우시고도 모자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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