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각별한 영화가 한편 있다.
한숨 주저 않고 최고라 말할수 있는 영화가 내게 있다. 무슨 고상한 철학이나 거창한 ego를 강요하지 않고, 삶속에 자연스레 묻어있는 아주 소소하고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영화가 있다. 사골탕 같다 해야 하나, 수십번을 넘게 보았어도, 지루하긴 커녕 그때마다 곱씹는 맛이 나서, 심심할때 가끔 기대없이 한번씩 틀어보고, 어느덧 대사까지 외워진 장면들을 또 보고 있어도 아련하게 저리는 그런 영화가 내게 있다. 밀물처럼 썰물처럼 세월의 미세한 흔들림이 가슴을 울린다. 그들이 말하듯 봄은 오고 또 가는가 보다.
그렇고 보니, Cinema Paradise 가 그랬고 Hearts in Atlantis 역시 그랬다. 그러나 다른 영화들이 다다르지 못하는 내마음 한켠 숨어 있는 조각만한 감성들을 이 영화는 언제나 자극한다. 무심코 처음 보게 되었을 때가 내 마음이 많이 상하고 아팠던 날들이였는데, 수많은 감정들이 벅차올라 ending credit 이 다 올라오도록 차마 끄지를 못했던 기억이 난다. 시련속에서 만난 영화라 내게 평범하지 않게 다가온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 영화를 너무 어려서 접하지 않게 된건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꿈은 언제 사라지는가. 어느날 내가 더이상 어떤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문득 깨닫고, 이미 늦었음을 깨닫고, 한없이 바래져 가는 희미한 존재감을 느끼는 순간. 사랑은 언제 멀어지는가. 운명이라 믿었던 그가 단지 스치는 우연이었나. 고독이 인연보다 더 편하게 다가오는 순간. 세상이라는 연극속에 나는 주인공이 아닌 지나가는 행인역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이 영화는 나즈막히 대답하려 한다.
모자르지도 더하지도 않을만큼만 알려주려 한다. 마치 남은 빈공간은 조금씩 마저 채워 넣어야할 내몫으로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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