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막 아리다.
친형제처럼, 나이를 떠나 벗이나 다름없이 아끼는 동생녀석으로부터 좋지 못한 소식을 접했다. 필요 이상 예의 바른, 그래서 밤늦은 전화는 행여나 방해될까봐 일전 한번 안하던 녀석이 석연찮게 11시가 다되어 전화를 다 했다, 젠장 불길하게도. 그 녀석 커플 참 주위에서 선남선녀라 부러움을 많이 샀었는데, 남녀 일이란게 혹은 부부 일이란게 그렇게 겉보이는데로가 다는 아닌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다 최근 적지않은 우려까지도 나름 안고 있었다 치더라도, 이 정도로 심각하게 나빠질 줄을 아니 몰랐다, 아니 나빠지지 않기를 바랬다.
나역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결혼에 여러번이나 위기를 맞았던 아픔의 선배로써, 되지도 않는 위로며 조언이며 해준답시고 핸드폰 베터리 나가도록 떠들어 댔지만, 지금 녀석의 귀에 아무말도 들리지 않을거란 것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젠장, 그냥 사는것이 힘든때가 있는거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뭐하나 맘대로 되지 않는 때가 있는거다. 녀석에게 지금은 그 누구의 말도 하얀 백지처럼 의미 없을테지만, 도움 안되는 말이라도 해줄것이 없는 내가 녀석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다만, 끝은 아닌거다.
끝이라면 더이상 한숨 쉴 일도, 울 일도 없는거다. 아직 갈 길이 남았으니 혼잣말로 욕이라도 해보는거다. 사람의 마음이 어찌 이리 간사한가. 다들 지들 맘이 가장 아프고, 지들 맘이 가장 쓰리단다. 나부터 상처 입었으니 옆사람 죽어나는거 알게 뭔가. 단 몇일 후면, 기껏해야 몇개월이면 다 잊어버릴 것들에, 다들 최후의 카타르시즘이라도 만끽하는가. 당장에 혈서라도 쓸 기세로 맹세하고 저주한다. 이런 내 기분도 내일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식어버릴까봐, 분한 마음 삭이기 전에 한줄이라도 지금 쓰는거다. 간사한 마음이란 이런거다.
이모양 이꼴인데, 인간에게 영원한 것이란 존재할 리 없다. 영원하길 바라는 몇가지가 그저 남았을 뿐이다. 사랑이란게 안 변할리 없다. 그냥 저 좋을때까지만 사랑인거다. 우리 짧은 생에서 힘들게 지켜내야 할건 그깟 사랑따위가 아니라, 한때나마 소중했던 사람을 대하는 마지막 양심, 하늘과 나 스스로의 약속, 그런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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