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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녀석이 감기기운이 있어, 가뜩이나 요즘 극성인 Swine Flu 때문에 걱정스런 마음으로 병원을 보냈는데, 다행히도 일반 감기라 한단다. 한 아이를 책임진다는 부모가 기껏해야 할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것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맘대로 안되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아무일 없는 일상이 무료하기는커녕 감사히 여기는 나이가 되었다. 나 역시 눈에 힘들어갔던 10대며, 좌충우돌 사회쓴맛 알아가던 20대, 그리고 꿈과 현실의 괴리감을 피부로 느끼게 되어가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니, 어렸을적 그리 어렵고 무섭게만 여겨졌던 아버지, 그의 연약한 세월의 뒷모습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불신론자들은 믿음의 허구성을, 인간의 나약함을 초현실적인 기복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굳이 이 주장을 다툴 이유가 없다, 신앙의 원리란 것이 결국 자아의 겸허함부터 시작되는 일이니. 최근들어 알게 모르게, 예기치 못한 지인들로부터 믿음의 조언을 받게 되었는데, 모든 일이 어쩌면 오랫동안 잃었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시기임을 미리 알리는 예고였을수 있다 싶다.

스무살 즈음, 내 신앙이 막 태동하고 그 순수함이 때묻기 전, 교회에서 모범을 삼을만 했던 믿음의 친구가 떠오른다. 어느날 그 친구 자취방에 놀러간 기억이 있는데, 갑자기 담배 한대를 물더니 놀란 나에게 실망했냐 허탈하게 웃던 그 얼굴이 생생하다. 그후 나는 늘 그 친구의 신앙을 의심하고 경계하였다. 깨끗한 나의 믿음은 어느새 하나님의 대변인이 되어 그를 쉬이도 정죄하였다.

그리고 15년이 더 지난 오늘, 출근하는 운전길에서 나는 요즘 와이프가 아침마다 묵상하며 듣는다는 CCM를 무심코 틀었다. 한손에는 이제 막 불붙인 담배 한개비가 쥐어 있다. 이 불순한 광경이 예전 그 친구 자취방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도 나는 스스로 정죄하는데에 너무나 관대하다. 그냥 Struggling Christian 이라 위로아닌 위로를 한다, 마치 예전 그 친구가 내게 하려다 만 그 말을 이제와서 불현듯 이해라도 한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나오는 찬양에 눈시울이 젖는다. 썩어버린 내 영혼에, 불씨 하나가 남아있던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다. 아직 나를 사랑해주시는듯 해서. 11월 아침하늘, 따스한 빛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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