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웨이에서 내차 앞바퀴 낡은 타이어 한짝 때문에 큰 사고가 날뻔했다. 다행이 LA 한인타운 근처라 가까운곳에 정비소를 발견할수 있었는데, 꽤나 젊은 사장이 친절하게 도와주면서 언뜻언뜻 날 쳐다본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중.. (아마 내가 가격 깍아달라 구걸하던중이었을꺼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제가 아는 사람 같아서요"
깊숙히 눌러쓴 모자 아래로 찌는 날씨에 땀버벅이 되어있는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다. 작업복 왼쪽상단 바느질된 명찰에 새겨진 이름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오 마이갓"
14년만에 재회인가. Berkeley로 올라가기전 몇달정도 LA 어느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일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어느덧 정비소 사장이 되어 내앞에 서있다. 세월이 참으로.. 빨리 지났고, 우리는 불현듯 너무 늙어버렸다.
펑크난 타이어가 옛친구를 만나게 해준 셈이다. 존댓말도 어색하고 반말도 어색했던 순간은 잠시뿐, 어느덧 두 아저씨가 되어버려 소주 한잔과 흘러간 지난 얘기들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떠든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이런 우연과 인연에 예전보다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런 일들을 겪는것이 차츰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꺼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나마 남아있는 친구들 챙겨주기에도 게으르고, 이제는 목이 곧고 마음문도 얼음장 같아서 새친구 만드는건 포기한지 오래다.
돌이켜보니 우리는 그리 친했던 사이도 아닌 아르바이트 동기생이었을 뿐인데, 14년이라는 공백과 우연이라는 드라마틱한 재회로 우리는 서로 잠시 깜박하고 마치나 옛 죽마고우라도 만난듯 반가운 마음만 앞선다.
아무렴 어떤가. 잃었던 친구 하나를 다시 찾은것만으로도 좋은것 아닌가.
아무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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