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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Ready, Set, Go.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일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오래 멈추어진 일을 다시 이어가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늘 그랬다. 어려서도 몇 달씩 밀린 일기를 다시 쓰기라도 마음 먹는 날이면, 먼지 묻은 예전 일기장을 찾아 다시 여는 일보다는, 먼저 공책부터 새로 마련하기 위해 동네 문방구부터 뛰어갔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옛 것을 모두 잊고, 혹은 예전 것은 없던 일로 하고픈 마음에,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어린 나이임에도 분명 어떤 편리한 면죄부같이 스스로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간 가게 일로 사기 아닌 사기까지 당하면서 남몰래 가슴앓이 하다가 결국은 이전하기로 결정되고, 이사를 하고 또 필요한 공사를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매장을 새로 꾸미다보니 몸보다는 마음이 더욱 피핍하여 블로깅을 멀리 하였다. 그리고 지난 주 드디어 오프닝을 하며 한 숨 돌리니 그제서야 나의 게으름을 자책하고 글쓰기를 이어가야겠구나 다짐하였으나, 오래동안 손 놓았던 것을 섣불리 다시 시작 못하는 주저함, 그 오래 묵은 나쁜 습관을 이겨내는 것이 몇날 몇일 쉽지가 않았다. 다시금 옛 기억으로 돌아가 문방구부터 뛰어가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는게 좀 더 솔직한 고백이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끊임없는 시작의 연속이라고. 어찌보면 '끝'이란 단어는 사람이 눈감는 그날 딱 한번 써야되는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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