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즈음하여 오랜만에 친지들이 외갓댁에 모였다. 지금은 별세하신 외할머님께서 다산하신 덕에 증손들까지 모이면 그 수가 제법 되어 외삼촌께서 농으로 하신 그 말씀처럼 조그만 개척교회 하나를 시작할만도 하다. 그간 평안하셨느냐 서로들 따뜻한 안부가 오고가고는 다들 사는 얘기에 화기애애해질 쯤 어김없이 등장하는 자식 자랑 손자 자랑에 얘기 보따리가 또 한가득이다. 미국에 살다한들 한국인들처럼 자식 교육에 목매 사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얼마전 오바마가 방한 후 그 교육열을 극찬하고 공공연하게 부러움을 표시해왔던 바람에 그간 대체로 지지해왔던 그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많이 잃은 것도 사실이다. 국제사회화를 염두해 두고 아이들을 유치원부터 영어학원에 보내는 나라가 부럽다니, 그 얼마나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발상인가. 아이들에게 등수가 기재된 성적표를 버젓이 발부하고, 어려서부터 될 놈과 안될 놈이 누구인지 주입시키고, 결국은 1등만 있고 2등은 없는 나라, 대체 그 무엇이 부러운가.
나도 겪어야했던, 그 오로지 경쟁을 위한 경쟁으로 십대를 다 지내버린 지긋지긋했던 과거를, 내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참으로 다행일 뿐이다. 내 아이는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았으면 좋겠다.
'Reflect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 연습 (1) | 2010.10.26 |
---|---|
Chan Ho Park 예찬 (0) | 2010.10.07 |
거룩한 부담감 (0) | 2010.09.20 |
Ready, Set, Go. (0) | 2010.09.13 |
그냥 걷기 (0) | 2010.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