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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Chan Ho Park 예찬





"돌림자가 '호'자이니, 빛날 찬(燦)에 넓을 호(浩), 이게 좋겠구나."


와이프 뱃속에 아이가 사내임을 아시고는 녀석이 태어나기 한달 전을 즈음하여, 그간 고심하셨던 듯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으시고 아버지께서는 꼬깃꼬깃 종이 한장을 꺼내시며 손자 작명을 내셨다. 감사한 마음이야 당연지사거늘 내심 왜 하필 유명인 이름을 따라야 하나 마음이 조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찬호도 이 다음에 커서 박찬호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하시며 옆에서 어머니가 추임새 거드시는 일을 잊지 않으셨다. 그만큼이나 우리 부모님들과 같은 이민 1세대들에게 박찬호의 이름은 많이도 특별한 것이었다. 사실 미국이란 낯선 타지에서 한국인들 어깨에 힘들어가게 해준 'Korean Pride'의 장본인, 그 원조격이 아니던가. 영어에 능숙치 못한 어르신들도 어쩌다가 외국인들과 대화라도 하게 되면 꼭 빠지지 않는 서툰 한마디,


"You know Chan-ho Park?"


아무렴 그렇다한들 여전히 좀 그렇지 아니한가. 마치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 하여 굳이 아이 이름까지 순신으로 하는 것이 조금 억지스런 코메디인듯. 그럼에도 지금에서야 기억을 찬찬히 곱씹어보니 그 불편했던 마음에는 비단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니었던 듯 싶다. 녀석이 태어나던 즈음, 메이저리거 찬호박은 과거 '코리아 특급'으로 전국민의 추앙을 받던 전성기 시절과는 사뭇 멀어진, 그래서 한해 두해가 멀다하고 이팀 저팀으로 팔려다니며 유니폼을 갈아 입어야했던, 그리하여 어느날부터인가 그간의 명성보다는 상대 선수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사진이 그를 희화화하는, 그렇게 쓰러져만 가던 상처뿐인 옛 영웅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남부럽지 않은 재력에 갓 결혼하고 한창 좋을 나날들, 혹자는 더러 안타까움에 그가 차라리 화려한 정상에 서 있을때, 그때 되려 은퇴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무엇 때문에 저리도 모질게 고군분투하는가 애를 태웠었다.


뭐가 더 아쉬워서.


그게 자그만치 17년이다. 메이저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승 통산 124승. 같은 시기 데뷔하였으나 그대보다 훨씬 먼저 은퇴한 히데오 노모의 기록이 깨진데 걸린 집념의 햇수가 그리도 걸렸다. 이런 금자탑을 세운 그대임에도 세상은 시끌벅적하기는 커녕 너무나 조용하다. 그만큼 예전의 환호성이 더 이상 울리지 않는 데에는 미안한 주저함, 너무나 오랜 시간 그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고 퇴물 취급을 했던 나를 위시한 많은 이들의 마지막 양심이 아닐까 싶다. 언제 그랬냐는듯 오늘 다시 그대를 찬양하기 시작하는 두 얼굴의 대중들로부터, 그간 철저히 무관심이란 야유를 받았던 수모의 나날들은 당신은 어찌 견디었을까. 참 굽이굽이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험하고 고통스러웠을까.


남몰래 혼자 얼마나 울었을까.


나도 어느덧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한결같이 '오래'하는 사람을 존경할 줄 아는 그 나이가 되었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처럼 겉만 번지러운 말이 또 있을까. 살다보면 포기하는 것처럼 편리한 삶의 면죄부 따위는 그 어느곳에도 없는 것을. 산의 정상을 만끽해 본 이는 같은 산을 또 오르는 수고보다는 오르지 못한 다른 산에 눈이 가는것이 인지상정인 것을, 그대는 왜 여태 모르고 있었을까.


"One hundred, twenty-four is not great for the Major Leagues, but it's very special to me."


아니면 오늘을 위해서 참고 또 참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긴 설명 없이도 나는 그대의 짧은 말 그 속뜻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걸까. 그래서 결국 가장 마지막에 웃어 보이려 그간의 눈물을 감춰온 걸까. 그래서 유난히 오늘, 내 아이의 이름이 '찬호'라는 것이 이리도 가슴 벅찬 걸까.


이제, 비로서 당신은 영원할 수 있는 걸까. 

傳 說 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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