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참 무던히도 덥다.
작년만 해도 물이라면 잔뜩 겁많던 녀석이 어느덧 이젠 해질녘까지 수영장 밖을 나올 생각조차 안한다. 이래저래 아이들은 절로 큰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하나 틀린것이 없다. 온갖 걱정 사서 하면서도 하나라도 더 좋은거 해주려는게 부모의 업(業)이고, 밤낮으로 '아빠 엄마가 니 나이때는 뭐가 어쨌는데' 부질없는 잔소리에 시달리는 건 자식의 업(業)이고.
100도가 넘는 날씨에도 인근에 있던 호텔 수영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미국이 왜 풍요로운 나라인지는 한 여름날 가까운 수영장을 가보면 곧 알게 된다. 어른들에 치이고 아이들에 치이고, 수영인지 목욕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인산인해의 물놀이에도 그저 즐겁기만 했던 내 어린날에 비하자면, 녀석은 지금 아마 천국 옆동네 쯤에서 물놀이 중이시다. 수영장은 커녕 개울가에서 개구리 잡아 구워드셨다던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차마 그보다도 못하였다. 더 나가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생전에 수영복 한장이 과연 있으셨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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