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 listen, 지금부터 엄마 말 잘들어.
Tomorrow you'll be going to kindergarten.
That means from now on,
You have to wake up early at 7 o'clock.
Then you can play a little bit,
and eat breakfast at 7:30.
Then you can play a little bit more,
then 8 o'clock, you have to 치카치카.
Now because you're a kindergartner,
you have to do everything yourself,
mommy's not gonna help you.
After 치카치카 and 옷입고
you are going to school.
Because you have to wake up early now,
you can read only one book, not two at night,
then you have to go to sleep.
Also, .......
then...
.......
녀석이 드디어 찬란한 유치원생이 되기 전 어젯밤.
한쪽 구석 의자에 와이프가 녀석을 얌전히 앉혀놓고, 조곤조곤 앞으로 유치원생으로서의 새로운 이데올로기 제시 및 삶의 체질 개선, 더불어 장차 10대를 맞이할 드높은 비젼들을 꼼꼼하게 일러주기 시작했다. 묵묵히 듣기만 하던 녀석은 간간히 몇몇 스케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의견 절충 합의점을 찾으면 금새 고맙다고 엄마를 안아주기도 한다. 엄마의 그 잔소리가 하두 길어서 나중에는 나조차도 뭔소리인지 당췌 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같은 설교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정말 다 알아 듣긴 하는지, 잇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오케이로 화답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어느새 내 입가에는 웃음이 멎질 않았다. 그 깨알같은 모자(母子)간의 대화를 통으로 녹음하지 못한 건 정말 후회할 일이다.
마라톤 회담을 마치고도 성에 차지 않으셨는지, 와이프가 대뜸 아빠가 되서 한마디 해줄 말이 없냐고 애궂은 나를 다그친다. 별로 없는데? 하려다가 분위기 맞춰주려고 조용히 손짓으로 녀석을 방안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냥 한참이나 녀석을 꼭 안아주었다.
"Andrew, I'm so proud of you. I love you."
"Me too, 아빠, good night."
........ 대화 끝.
역시 남자들 사이에는 긴 말이 필요없다. 남녀가 지지고 볶고 싸우는건 서로 가슴으로 말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일꺼다.
어딘가 가슴 한켠이 자꾸 아리고 먹먹하다고 오늘 아침까지도 와이프는 같은 통증을 호소했다. 유치원 들어가는게 무슨 대수라고, 나는 무덤덤한 척 와이프가 그저 오늘까지 모나지 않게 잘 자라준 녀석이 대견스러워 가슴 벅찼던가, 혹은 불현듯 학부형이 되어버린 엄마의 책임감 같은 것이 어깨를 많이 짓누르나보다 그냥 가볍게 치부했다.
그러다가 문득 5년전 어느 무덥던 날, 수술실에서 막 제 뱃속을 뛰쳐나온 핏덩어리를 보며 차마 믿기지 못하는 듯 아직 마취가 덜 깨였던 떨리는 제일 첫마디가 먼저 내게 녀석의 손가락 발가락부터 열 개인지 세어보라 주문했던 엄마가 있었다. 그 엄마라는 사람은,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녀석과는 이미 탯줄로 빚어진 천륜(天倫)의 인연, 그래서 그 무게감이 나와 많이 다를 수 있겠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었던 뱃속의 아이를 어루만지면서, "하나님, 제 아이 코는 오똑하게 해주시고 이마는 반듯하게 해주세요", 별 시시콜콜한 것들까지도 일일히 기도로 되뇌이던 그 엄마의 태교 덕을, 난 녀석이 분명 한 몫 크게 잡았다고 생각한다.
모정(母情)만한 부정(父情) 없다하지 않았던가.
그날 내가 수술실에서 가위로 잘라내야했던 와이프와 녀석 사이의 그 단단한 탯줄이 참 어지간히도 질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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