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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 Daniel

다섯살 내려놓다





사람들은 흔히 아이의 다섯살 생일을 어떤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간주하던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에 즐거워하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 차 트렁크에 한 가득 실린 제 선물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래서 가끔은 사랑과 풍요의 반댓말을 여태 모르는 녀석이 조금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녀석은 하루하루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어, 봄날의 화분처럼 햇살 가득 자라나는 녀석의 풋풋한 심성마저, 나는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감사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느덧 엄마 품보다는 또래 친구들을 더 찾게되는 어엿한 꼬마가 되가는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며, 이젠 부모인 내가 이 아이를 세상과 함께 공유해야 될 때가 임박했음도 육감적으로 느낀다.

조만간 내 아이도 편안하기만 한 가족의 울타리 밖으로 조심스레 한두 걸음 내딛으며, 홀로 뛰고 넘어지고 이기고 지고 할 것들을 배울테다. 세상 곳곳에 배어있는 숱한 악(惡)에서 내 아이만은 안전하게 지켜주고픈 흔한 부모의 마음 씀씀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그저 아이를 또 한번 가두게 되는 악수(惡手)에 불과하니, 어차피 한 세상 스스로 부딪치며 깨닫는 것 외의 왕도가 없음을 그저 마지 못해하며, 품에서 녀석을 내려놓는 연습을 시작할 때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처음으로 친구집에서 혼자 자고 오겠다고 하는 날이라던가, 막 딴 면허증을 내보이며 나에게 차열쇠를 내어달라는 날이라던가, 이름밖에 모르던 제 여자친구를 불현듯 집으로 초대하는 날이라던가, 대견한 눈물을 몰래 훔치며 녀석의 대학 졸업식장을 찾은 날이라던가..

때때마다 녀석이 품에서 내리려 할테고, 나는 또 끝임없이 녀석을 내려 놓아야 할 것이다. 어미새가 안아만 주면 아기새는 날개 필 기회조차 없다는, 나는 부모로써 가장 쓴 약을 삼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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