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uld you be my friend?"
유아원부터 조그만한 사립을 다니던 앤드류가 이번주에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집앞 공립으로 전학을 왔다. 전날 밤 엄마는 새로운 학교에서 행여 잘 적응하지 못할까 노심초사 밤 잠을 설친 모양이다. 그러나 기우였는지 방과 후 환한 미소로 돌아온 녀석은 학교 너무 좋다고, 하루만에 친구가 셋이나 생겼다고 자랑하기 바빴다. 정말 놀란 건 서먹서먹했던 처음 보는 새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가 먼저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고 했다. 몇 달 전 시작한 태권도 덕을 보는건지. 어려서부터 걱정스레 다소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요즘 들어 부쩍 변하는 것이 이젠 오히려 제 엄마를 당황시키고 있다.
변한 건 비단 그 뿐이 아니다. 천성이 겁이 많아 물 속 깊은 곳은 쳐다도 안 보던 녀석이 불과 한 여름만에 이젠 수영하기 불편하다며 생명줄 같았던 구명 자켓을 벗어 던졌다. 이제 불과 일곱살인데 벌써부터 디즈니 채널에 나오는 만화보다는 하이틴 드라마를 애청하기 시작했고, 유명한 그 주인공의 옷차림을 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흉내내고 싶어한다. 얼마 전부터는 그간 애지중지하던 Wii 보다는 비어있는 아빠 엄마 컴퓨터를 호시탐탐 독차지하고 혼자서 Minecraft 나 무슨 이름 모를 팽귄 mmorpg 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앤드류는 어릴적부터 좋아했던 파랑색을 여전히 제일 좋아하고, 만약에 백만불이 생긴다면 아빠를 위해 학교를 하나 지어주고 싶다 말하는 순수하고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다. 애기 때 가지고 놀던 제 옛 장난감들도 가끔 생각날 쯤이면 한두번씩 꺼내어 본다. 엄마가 저녁을 준비할때면 부엌에서 뭔가를 거들어 주던 녀석이 이제는 아직 갓난 아기인 제 동생을 보살핀다. 핫도그나 피자 못지 않게 좋아하는 매운 김치찌게에 밥 한두그릇 뚝딱 비우는 건 일도 아니다. 누가 가르쳐 준 일이 없는데도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는 못해도 너무 못하는 어설픈 한국말을 하려는 모습을 보자면 완전 가관이다.
엄마의 검정 자켓이 이제 제 옷처럼 맞는 요즘. 훗날에 돌아보면 지금쯤이 앤드류의 첫번째 Turning Point 이지 않을까 싶다. 품었던 자식을 이제 세상에 내어줄, 부모의 첫 터닝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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