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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rs

故 조경철 박사




1929년 4월 4일 평안북도 선천 태생
1953년 연세대 물리학과 졸
1962년 미 펜실베이니아대 한국인 최초 천문학 박사 수여
1965년 미국 항공우주국 (NASA) 한국인 최초의 연구원 등용
1968년 모교 연세대 교수 취임
1969년 미 아폴로 11호 달착륙 상황 동시통역 해설

2010년 3월 6일 향년 81세로 별세


'나는 큰 감투도 쓰지 못했고 돈도 벌지 못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아폴로 박사 조경철'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서민의 친구'란 애칭이 내게 주어진 가장 큰 감투라고 생각한다.'

- 자서전 '서해문집' 中



"저 양반, 정말 똑똑한 사람인데."

희미한 기억이지만, 아주 어렸을적 이따금 TV로 비춰진 고인의 모습이 나올때면 부모님께서 혼잣말 비슷하게 매번이나 반복하셨던 그 말들이 떠오른다. 그때 어린 내 눈에는 똑똑한 과학자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옆집 할아버지 모습쯤으로 다가와서 그 말씀에 갸우뚱거렸지만서도. 이미지 조금 망가지더라도, 그렇게 고인은 늘 사람과 과학의 친근함을 몸소 보여주고 싶어던게다. 돌이켜보니 겸허함이 삶에 배어있던 분이었다. 혹은 호연지기라 했던가.

다시금 고인이 살아온 약력을 찬찬히 훑어본다. 저 당시 도미하여 미 명문대 박사과정을 이수한것도 이미 한시대 앞선 일인데, 교과 과정도 미비했던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천문학에 일찍이 눈을 뜬 일부터, 동양인의 신분으로 NASA 최고 연구원에 오르기까지, 그는 실로 미지의 개척자였고, 한국 현대과학의 고요한 아우성이었다. 그러면서도 순수한 과학도로써의 첫 마음가짐은 오래토록 변하지 않아, 아폴로 11호 달착륙 방송중 스스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의자에서 넘어졌다던지, 어설픈 ET로 분장한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도 순진할 정도로 그는 쉬이 속았었다. 쌩뚱맞게 "안녕하세요"하며 가짜 외계인에게 다가서던 그의 모습속에 나는 여전히 아이처럼 광활한 우주를 홀로 꿈꾸는 나이든 소년을 보았다.

그런 어른이, 한국 과학계의 큰 별이 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슬픈 일은 그럼에도 세상이 너무 조용하다. 여느 연예인 자살소식에 온국민의 추모 물결이 일어나던, 그리 지겹도록 떠들어대던 미디아는, 지금 없다. 고인의 별세 소식을 가뭄에 콩나듯, 거의 찾아볼수도 없다.

나는 그것이 더욱 슬프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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