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ndrew & Daniel

앤드류 첫 태권도 대회 더보기
기억 보정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앤드류가 우리 가족 품안에 안기던 날, 나는 블로그는 커녕 변변한 카메라 하나가 없었다. 새로 이사온 집에는 아직 가구도 제대로 없이, 이 무렵 내 기억처럼 휑하니 비어있다. 그나마 와이프가 틈틈히 핸드폰으로 남겨둔 작은 기록들로 겨우 기억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끼어 맞추는 수준이다. 앤드류는 어려서도 말썽꾸러기 이미지보단, 참 순하고 착했다. 수줍음도 잘 타고 겁이 많았다. 둘째 녀석과 판이하게 다른 것이 사뭇 신기할 정도로, 천성은 타고 난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앤드류 3살 되던 날. 어려서부터 꼭 한국말도 가르쳐야지 무던히 노력했던 시절. 지금은 애기때 만큼도 못한다. 아빠로서 미안하고 참 후회스러운 일 중 하나. 지금은 너무 커버려서 잊혀져가는 앤드류의 옛 모습. 내 .. 더보기
첫걸음 첫말 새해가 훌쩍 반이나 지나가는 동안 전혀 블로그에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내 게으름보단 마음이 피폐해진 탓이라 변명해 본다. 그동안 미루었던 이야기들은 차차 채우기로 하고. 우리 지호는 여느 아기들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걸음이 다소 늦었던 녀석이 한돌이 한참이나 지나 첫 걸음을 띠던 날, 엄마는 알 수 없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내겐 그리 보였다. 이제 제법 엄마 아빠는 곧잘 한다. 혼자서 말 연습을 하시는지 요즘 허공에 대다 염불을 외우시기도 하신단다. 형과는 달리 순한 구석이란 찾기 어렵고, 뭐든 제 뜻대로 안되면 사정없이 울어재끼시는건 기본에다, 가끔 날 빵 터지게 하는 4차원 똘끼에 청개구리 근성까지, 마냥 겁 없고 호기심만 가득한 눈동자가 미운 두살의 전형적인 패턴을 밟기 시작했.. 더보기
Aquarium of the Pacific @ Long Beach 더보기
다니엘 한살 우리 지호, 한살 생일 축하해. 엄마가 차린 돌상은 마음에 드니? 요즘 들어 부쩍 니가 아빠를 많이 닮아간다는 얘기를 듣곤 하는데 괜히 기분 좋다. 형아와 비슷한듯 싶다가도 너무 다른 니 모습, 커가면서 어떻게 변할지 과연 궁금하다. (잠투정 많은건 전혀 안 비슷해. 애기가 왜 잠을 안자니.) 그래도 잘 먹고 잘 웃고 벌써부터 형아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면서, 형아 장난감 하나둘씩 뺏는 재미가 쏠쏠하지? 니가 아직 애기라 형아가 봐주는거다. 실은 형아도 니가 얼른 커서 너랑 같이 놀고싶데. 엄마는 니가 머리가 꽤 좋을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추는데 나중에 두고 보자. 지금은 그냥 무럭무럭 자라만 다오. 아무 걱정없이. 염려없이. 더보기
Turning Point "Would you be my friend?" 유아원부터 조그만한 사립을 다니던 앤드류가 이번주에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집앞 공립으로 전학을 왔다. 전날 밤 엄마는 새로운 학교에서 행여 잘 적응하지 못할까 노심초사 밤 잠을 설친 모양이다. 그러나 기우였는지 방과 후 환한 미소로 돌아온 녀석은 학교 너무 좋다고, 하루만에 친구가 셋이나 생겼다고 자랑하기 바빴다. 정말 놀란 건 서먹서먹했던 처음 보는 새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가 먼저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고 했다. 몇 달 전 시작한 태권도 덕을 보는건지. 어려서부터 걱정스레 다소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요즘 들어 부쩍 변하는 것이 이젠 오히려 제 엄마를 당황시키고 있다. 변한 건 비단 그 뿐이 아니다. 천성이 겁이 많아 물 속 깊.. 더보기
일곱살 앤드류 여러 해 전부터 종종 찾아왔던 놀이공원이었지만, 지난 달 처음으로 둘째까지 데리고 왔던 Legoland 정문 매표소 옆에는 언제 지었는지 모를, 그 전에 보지 못했던 형형색색의 건물 하나가 눈에 띄게 세워져 있었고, 오픈한지 불과 얼마 안된 새로운 레고 호텔이라는 말에 앤드류는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었다. 다음에 꼭 가보고 싶다던 그 어린아이 푸념까지도 와이프는 흘려 듣지 않고 새겨 두었다가, 녀석이 마침 일곱살이 되는 생일날에 맞춰 미리 방을 예약해 두었었다. 6월의 하늘은 아이처럼 해맑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학 기간이라 내심 염려했던 바와 달리 호텔은 평일이어서인지 아침부터 제법 한산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마별로 나누어 온갖 장식으로 화사하게 치장된 방 안이며, 곳곳마다 레고로 꾸며진 호텔 .. 더보기
무제 어느덧 여섯달 난 둘째는 이제서야 토실한 제 살집을 겨우 가누어 옆으로 한번 뒤집을수 있을 뿐이다. 언젠가부터 문을 꼭 닫고 화장실 볼일을 보는 여섯살 터울의 제 형아와 같은 성장의 몸부림이다. 저를 보고 활짝 웃어주면 마치 누가 일러준듯 울다가도 방긋 미소로 답해준다. 아이들에게는 세상 모두가 저의 거울인 것이다. 더보기
봄나들이 마을회관 유리창 (작자 미상) 어제 저녁우리마을 유리창이 깨졌다. 어른들은 우리가 깼다고 생각하고,우리들은 바람이 깼다고 생각한다. 더보기
다니엘 2012.10.16 11:59 am Daniel debuts on earth. 데자뷰. 6년전 첫째가 태어날때도 그 방안 공기는 참 차가웠다. 별말 없이도 다들 분주히 움직이던 수술신 안 광경. 간혹 적막을 깨곤하던 메스 부딪치는 쇳소리. 꼭 두눈을 감은체로, 순간 온몸이 떨려오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던 엄마는, 비로소 아기의 첫 울음 소리가 방안을 채우고서야, 끝내 고여있던 눈물을 마음놓고 흘려내리고 있었다. 흡사했던 그 아내의 옆모습을 다시 목격하는 날, 나는 또 다시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