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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 Daniel

D-1 드디어 내일이구나. 건강하게 만나자꾸나. 보고싶다, 우리 둘째. 더보기
첫니 여섯살하고 석달되던 날 녀석의 첫니가 빠졌다. 지난주부터 아랫니 하나가 흔들거린다며 자꾸 제 손으로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어제 잠들기전 치카치카를 하다 툭하니 이가 빠졌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에 녀석도 스스로 신기한지 잠시 피가 나는것도 잊은 모양이다. 아빠에게는 이가 다 빠져버리면 나중에 말을 어떻게 하냐는 저다운 질문을 하나 던져놓고 어느새 제 엄마한테는 Tooth Fairy 언제 오냐고 다그치고 있다. 빠진 이를 침대 머리맡에 고히 놓아두고 자면 다음날 아침 선물을 가져다 줄꺼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있는 녀석. 그리고 언제 미리 준비했었는지 오늘 아침 녀석이 깨기전에 정말로 베개옆에 새 장난감을 놓아둔 아내. 그리고 내달이면 태어날, 아직 엄마 뱃속에서 이 모든일들을 말없이 지켜보.. 더보기
9 X 9 = Power Ranger 이번주 녀석이 벌써 초등학생이 되다니 세월은 참으로 얄굿다. 여름 방학에 짬을 내어 구구단을 가르쳐보자 조금 무리했던 부모 욕심. 늘 내 자식에게만은 되도록이면 공부공부 말아야지 했건만 어디 나라고 별반 다를소냐. 떡하니 녀석이 원하던 파워레인저 로봇을 상금으로 걸어놓고 왜 영어로는 구구단 노래가 없을까 그제서야 한숨이 따랐다. 행여 녀석이 너무 힘겨워하면 미련없이 접어야지 이내 마음을 반쯤은 비우고 반신반의했건만 기특하게도 녀석이 참 잘 따라와 주었다. 그리고 결국 녀석이 구구단 마지막을 외우고 상품을 타가던 날이 곧 왔다. 구구는 팔십일이고 녀석은 여전히 장난감 인센티브에 강력하게 반응하는 그저 여럿살 꼬맹이일 뿐이다. 더보기
Daniel Julian Daniel 지호 Chung. 둘째야 안녕. 네 이름 마음에 드니. 실은 엄마는 네가 딸이기를 간절히 바래서 원래 Clair 이라는 이쁜 여자아이 이름까지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솔직히 아빠도 아주 조금^^ 딸 바보가 되고픈 욕심이 있긴 했는데.) 지난달에 초음파 사진속에 아직 콩알만해도 네 고추가 선명히 보이는데도 엄마는 인간의 눈은 믿을것이 못된다면서 끝까지 부정하며 매일밤마다 딸 주시기를 기도드렸는데, 이제는 네가 건강하게 엄마 뱃속에서 잘 자라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란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 때만 해도 시집와서 아들 못 낳는 며느리는 무슨 죄인 취급 받듯 눈치도 보고 그랬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지? 참 넌 아직 세상이 뭔지도 모르지 아마. 나중에 알테니 그냥 좋은거라 생각해... 더보기
Cupcakes 몇일전부터 와이프는 유치원에 무슨 행사가 있다면서 부산을 떨었다. 공들여 녀석의 셔츠 하나에 커다란 100자를 손수 새겨 놓은 것이, 유치원 입학 100일 축하 파티란다. 졸업도 아니고 입학 100일이 무슨 파티꺼리인가. 반친구들과 나눠먹을 컵케이크들이 막 오븐에서 나왔는지, 집안은 온통 카스타라 향으로 가득이다. 엄마는 스물네개 갓 구워진 빵 위에 연한 크림으로 장식을 꾸미고, 녀석은 싱글벙글 연신 스프린클을 사방에 뿌려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끝끝내 내일까지 참지 못하고 결국 하나를 집어들어 시식을 하고야 마는 녀석. 와이프는 유난히 엄마의 부엌일을 거들어주기 좋아하는 녀석을, 오래오래 마치 딸 삼아 사는 날이 앞으로 많을테다. 셔터를 눌러대다 웃음이 터진 나는, 녀석 입가에 뭍어 남은 크림 자국.. 더보기
Snow Valley 녀석은 내가 얼마나 이 날을 고대해 왔는지 알 턱이 없다. 작년에도 데리고 왔다가 끝내 한살만 더 먹으면 시키자고 벼르던 스키 강습. 지레 겁이라도 먹을까봐. 행여 다치기나 할까봐. 의외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까봐. 아이들 수업에 부모들이 방해된다 쫓겨나듯 그리 먼 발치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꼭 훗날에 오늘을 추억하고, 분명 아빠를 고마와할 날이 올꺼다, 이녀석. 단조롭기 그지없던 도심을 모처럼 벗어나. 꼬불거리던 숲속 어느 아담한 산장에 몇일 묵으면서. 밤이면 벌건 벽난로에 장작 타던 소리. 녀석이 잠들 무렵 이내 방안을 가득 채우던 마쉬멜로 굽던 소리. 거진 십년을 초보자 코스에서 낙엽밖에 탈 줄 모르던 몸치 아내는, 마침내 Toe Edge 를 연마하고 중급 코스 입문. 이제서야 새로운 세상을 보았.. 더보기
Christmas Morning 이른 아침부터 녀석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보나마나 선물 풀어보자고 보채는건데 오죽이나 오늘을 기달려왔을까 녀석 심정을 헤아리듯 곤한 몸을 일으켰다. 저 역시 아직 잠에서 덜 깬 졸린 눈을 애써 비벼가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제 선물 보따리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내뱉던 마냥 행복한 크리스마스 웃음소리. 예수님 생일에 왜 선물은 자기가 받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 산타 할아버지는 대체 언제 일일히 자기가 원했었던 장난감들을 하나같이 다 기억하고 갖다 놓았는지 녀석은 굳이 묻지도, 의심도 않는다. 나는 그런 녀석이 오래오래 부질없는 근심걱정 없어도 되는 그냥 어린아이로 내 곁에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램만을 할 뿐이다. 자기는 왜 동생이 없냐며 평상시 투덜거리던 녀석이 오늘은 그것도 다 싫단다. "Why,.. 더보기
I help others by __________? 다음주 학교에서 발표한다는 녀석의 과제도 결국은 다 부모들의 몫이다. 녀석이 그저 태평하게 여기저기 색칠이나 하는동안, 와이프는 낡은 잡지에서 그림을 오려내고, 잘 나온 사진 몇장을 붙이고, 녀석의 방에서 장난감을 들고 나오느라 분주하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자기 생일 날짜를 정확히 알아듣고는 엉성한 손놀림으로 종이에 적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천재는 악필일까 새삼스레 되뇌여도 보게된다. 분명 30분 전까지만 해도 빨강이였는데, 제일 좋아하는 색이 그새 파랑으로 바뀌었다. 잠깐 머뭇거리는 폼이 또 빨강 파랑마냥 조삼모사가 될까봐 가슴 졸였는데, 장래 희망은 다행히도 아직까지 의사란다. 살짝 요리사는 어떻겠냐고 아빠에게 물어보는 걸 일부러 외면하고, 녀석 마음 변하지 전에 서둘러 Doctor의 철자법을.. 더보기
A-Dragon 아빠는 개인적으로 G-Dragon를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니가 똑같이 되겠다면 솔직히 뜯어말릴 생각도 없다. 더보기
변명 유치원생의 시작이 험난하기 그지없다. 이제 불과 학교 시작한지 2주째 들어서는데, 몇일 전에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녀석과 한 패가 되어 수업중에 딴짓 한다고 경고를 받아오더니, 어제는 아주 사고를 제대로 치셨다. 누가 제 물건을 맘대로 막 만지고 저를 좀 귀찮게 했다고 친구 하나를 쥐어박은 모양이다. 당황스런 이 소식에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간 와이프가 선생님 앞에서 꽤 진땀을 흘린 모양이다. 녀석이 친구를 쳤다고 해서 난 애들끼리 놀다가 좀 싸웠겠거니 했는데, 그냥 일방적으로 때린 모양이다. 까불다가 맞은 녀석은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흠. 내 자식이라서 내가 좀 아는데 (어째 말투가 가카와 비슷하다), 이 녀석 또래에 비해 덩치만 컸지 완전 순둥이다. 개구장이 기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