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 & Daniel 썸네일형 리스트형 업(業) 이번 여름은 참 무던히도 덥다. 작년만 해도 물이라면 잔뜩 겁많던 녀석이 어느덧 이젠 해질녘까지 수영장 밖을 나올 생각조차 안한다. 이래저래 아이들은 절로 큰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하나 틀린것이 없다. 온갖 걱정 사서 하면서도 하나라도 더 좋은거 해주려는게 부모의 업(業)이고, 밤낮으로 '아빠 엄마가 니 나이때는 뭐가 어쨌는데' 부질없는 잔소리에 시달리는 건 자식의 업(業)이고. 100도가 넘는 날씨에도 인근에 있던 호텔 수영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미국이 왜 풍요로운 나라인지는 한 여름날 가까운 수영장을 가보면 곧 알게 된다. 어른들에 치이고 아이들에 치이고, 수영인지 목욕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인산인해의 물놀이에도 그저 즐겁기만 했던 내 어린날에 비하자면, 녀석은 지금 아마 천국 옆동네 쯤에서 물놀이 중.. 더보기 탯줄 "Andrew, listen, 지금부터 엄마 말 잘들어. Tomorrow you'll be going to kindergarten. That means from now on, You have to wake up early at 7 o'clock. Then you can play a little bit, and eat breakfast at 7:30. Then you can play a little bit more, then 8 o'clock, you have to 치카치카. Now because you're a kindergartner, you have to do everything yourself, mommy's not gonna help you. After 치카치카 and 옷입고 you are goi.. 더보기 다섯살 내려놓다 사람들은 흔히 아이의 다섯살 생일을 어떤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간주하던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에 즐거워하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 차 트렁크에 한 가득 실린 제 선물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래서 가끔은 사랑과 풍요의 반댓말을 여태 모르는 녀석이 조금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녀석은 하루하루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어, 봄날의 화분처럼 햇살 가득 자라나는 녀석의 풋풋한 심성마저, 나는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감사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느덧 엄마 품보다는 또래 친구들을 더 찾게되는 어엿한 꼬마가 되가는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며, 이젠 부모인 내가 이 아이를 세상과 함께 공유해야 될 때가 임박했음도 육감적으로 느낀다. 조만간 내 아이도 편안하기만 한 가.. 더보기 1st Soccer Practice 내 블로깅의 첫번째 이유는 언제나 녀석의 첫번째 경험들을 저 대신 잊지 않고 기록하는 일이였다. 매한가지 같은 신발인데도 막상 첫 축구화란 것을 녀석이 신으려 들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다시 설렌다. 녀석이 첫 운동화를 신었을 때처럼 다시금 엄마손으로 그 끈들이 묶인다. 축구화를 신고서는 내딘 그 어색했던 첫 한 발자국, 녀석이 한돌 즈음에 내디뎠던 그 서툴었던 첫 걸음마를 다시 지켜보는 마음이였다. 부모가 되어 덩달아 자중할 줄 모르고 박지성의 등번호가 뭐였는지 어느새 아이폰으로 검색하고 있다. 산소처럼 질풍질주하는 예상 밖 녀석의 스테미너에 놀라다가도, 헛발을 내디뎌 몇번 넘어질 때는 오히려 녀석에게 괜찮다고 하며 태연히 그 놀람을 감추어야만 했다. 무엇보다 오늘처럼 문뜩, 녀석이 성큼 자라나고 있음을.. 더보기 BeyBlade 요즘 미국에서 아이들 사이에 요놈이 아주 난리도 아니다. 집집마다 이거 하나 없는 아이가 없고, 장난감이 아주 동이 난다라는 표현이 사실임을 매장에서 처음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 어렸을 적으로 치면 딱 팽이인데 요것을 현대식으로 아주 편리하게 변형시킨 상품이라 보면 된다. 솔직히 이 나이에도 어린 날의 향수에 젖어 한두번 하다보면 어른들도 꽤 재미있다는 부끄러운 고백도 해야겠다. 우리 어렸을 적 종류별로 팽이 모으던 것과도 별반 다를 것 없이 요것들도 아주 시리즈로 다 모을려다 보면 그것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간 주위에서 선물 받아 모은 (그중에는 미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 ebay에서 프리미엄까지 얹혀서 거래되는 한국으로부터 공수된 모델들도 우창 커플 덕에 상당히 많이 있다.) 팽이 컬렉션을 바닥에 쭉.. 더보기 Olivia Takes a Trip Olivia 는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것을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일에 들떠 있었다. Olivia 는 옷과 장남감들을 짐가방에 싸고, 동생 Ian 은 도시락 가방을 챙겼다. 얼마후 아빠는 곧 다가올 폭우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할 거라는 안 좋은 소식을 알렸다. 대신 할머니 댁에는 자가용을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자 Olivia 는 이내 슬퍼졌다. (후략) Olivia takes a trip and Andrew takes a big step! 몇번을 읽어보아도 참으로 감동 깊은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녀석이 태어나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정말 제대로 알고 읽는 것인지, 아니면 귀에 닳도록 엄마 목소리로 듣던 것에 이골이 나서 아예 통채로 외워버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기.. 더보기 Christmas Stockings - 성탄절 전날 밤에 양말을 걸어 놓는 풍습은 산타클로오스로 더욱 잘 알려진 성 니콜라스 당시로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소아시아의 미라(Myra)라는 도시를 관할하던 니콜라스 주교가 우연히, 거듭되는 사업의 실패로 몰락한 귀족과 결혼 지참금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있는 그의 세 딸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씨 좋은 주교는 그들의 딱한 처지를 외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끝에 묘안을 하나 생각해 냈다.그로부터 며칠 후인 성탄 전날 밤, 주교는 살며시 그 귀족의 집을 찾아 갔다.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주교는 준비해 간 지참금이 든 지갑을 굴뚝을 통해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런데 그것이 공교롭게도 말리기 위해 벽에 걸어 놓은 양말 .. 더보기 벌써 일년 싸늘한 겨울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작년에도 이맘때 쯤이었다. 난생 처음 학부형이 된 기분에 감개가 무량하다는 등, 만감이 교차한다는 등, 가지가지 썰을 풀었던 것이 어언 일년 전 얘기가 되어 버렸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데, 가만히 짚어보니 어디 감히 흐르는 물 따위가 시간에 비할소냐. 일년 전 그 같은 강당, 그때와 흡사한 인테리어와 조명 아래, 선한 인상의 교장은 작년과 거진 같은 멘트로 환영의 인사말과 더불어 성탄을 축하하는 기도를 잊지 않았고, 비로서 무대에 반듯하게 서 있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듯, 2010년 크리스마스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눈에 익은 대부분의 꼬맹이들은 아마도 나란히들 한 학년씩이 오른, 작년에도 같이 무대에 섰던 그때 그 꼬맹이들이 분명한듯 싶다. 이렇듯 달라진건.. 더보기 마이신 - Andrew a.k.a Azithromycin 500 mg "오빠는 아들 하나는 잘 뒀어." 뜬금없이 녀석의 담임선생님이 와이프에게 내 안부를 묻더란다. 그렇지 않아도 또 반갑지 않게 찾아온 독감 때문에 지난 열흘간 집에서 쓰러져 시쳇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Can you pray for my daddy? He's sick." 아침마다 학교에서 기도를 하는 모양인데, 요 몇일째 담임에게 얘기를 한 모양이다. 이런 된장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요 녀석을 어찌하리. 내가 아프거나 혹은 또 마음이 부산하더라도 시간이란 놈은 당췌 나를 기달려 주는 법이란 없다. 그래서 녀석이 얼마전 한국에서 보낸 보름동안의 이야기도 어느덧 먼 기억속으로 흐릿해져 간다. 국민학교 하교길 진달래꽃 향기 .. 더보기 Taught by Nature 방과후 녀석을 데리러 학교에 도착하니, 여느때처럼 학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분주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는 녀석의 흥을 깨는 것이 사뭇 미안하여, 녀석이 나를 먼저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냥 한쪽 귀퉁이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엄마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이나마 학교를 찾아들면 녀석은 그때마다 다른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노는데, 오늘은 어떤 여자아이와 둘이서 돌아다닌다. 여자아이가 높은 놀이기구를 올라 탈때마다 먼저 올라가서 손을 내밀어 주거나 혹은 뒤에서 조심스레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는 같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서 어김없이 둘이서 잠시 놓았던 손을 다시 잡는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이제 4살짜리들이. 저것들이 영화를 너무 봤나...는 아닐테고, 무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