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s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월 제법 쌀쌀했던 정월의 저녁바람을 타고 뒷마당 숯 지피던 연기가 구름따라 피어 올랐다. 홀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집어들고 떼깔 좋은 갈비 익어가는 냄새나 안주 삼아 손님맞이를 하련다. 오랜만에 집 안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참 정겨운 사람소리. 구정이면 조촐하게나마 미국에 계신 친지들을 집에 모시곤 했던,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세배를 드리고 세배를 받고, 찬을 즐기며 덕담을 나누는 소소한 것들이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어색한 일들이다. 구태어 거창한 수식어 없이나마 이런 작은 것들이 되물림 되기를 원하는 어른들의 간절한 눈빛들이 차마 애처롭기마저 하다. 나 역시 그간 전화로 안부 한번 여쭙는 일을 게을리한 터, 꼬박 일년만에 다시금 일가 친척들 얼굴을 뵙자니 죄송.. 더보기 새해인사 이제 신혼인 동생 내외는 새해 첫날의 좋은 기운을 맞고자 제주도에 내려간 모양이다. 그곳에서 갑작스레 문자로 보낸 새해 인사 사진들에 한동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중에 서울에서 보내온 고화질의 사진들보다 나는 처음에 핸드폰으로 받았던 이 흐릿한 사진들의 여운이 오래토록 가시지가 않는다. 나 역시 마음으로 그들에게 큰 맞절을 올린다.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 몇 해전에는 황금돼지 띠라고 그 난리를 치시더니, 어머니는 이래저래 우리와 동생내외가 아이를 낳아야 할 구실이 한가지 더 생기셨다. 그러니까 60년 주기가 정확히 일곱번 거슬러 올라 임진왜란이 있었다고, 아버지께서는 새해 덕담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을 당부하시었다. 준비없는 승리가 있을 수 없다는 지극히 순리로운 이치를 .. 더보기 2012 Countdown 2012년이 온 것이 이제 다섯살난 녀석에게는 뭐가 그리 즐거운걸까. 기껏 어제와 별다를것 없는 하루인데. 막 샴페인 한병을 따면 펑하고 나는 청량한 기포소리, 금새 거품처럼 사라지고마는 찬란한 허상인데. 매번 알고도 속아준다. 무작정 사람을 들뜨게하는 새로운 출발점의 그 마력(魔力)을 차마 외면치 못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해 후회할 겨를도 없이, 다시 한해라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조금 과장된 환호성을 부르짓는 일도. 하얀 새 도화지를 받아낸 어린아이처럼, 그저 안도의 한숨을 애써 숨기려는 연약한 몸부림도. 궁색한 새해의 의미를 찾을바엔, 차라리 마음 편히 감사하는건 어떨까. 다행히 아직 내게, 남은 날이 조금 더 남았음을. 사랑하지 못한 것을, 혹은 더 사랑하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용서받으며.. 더보기 Adieu 2011 더보기 Christmas Present 늦은밤 녀석이 잠이 들자 부랴부랴 미리 숨겨 놓았던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꺼내어 포장을 하기로 했다. 이쁘게 포장해서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아두면 이른 아침에 녀석이 일어나 지난밤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갔다며 어쩔줄을 모른체 놀란 웃음 환하게 지을 상상을 하니 이내 잠시나마 귀찮았던 생각마저 사라졌다. 생전에 제대로 선물 하나 포장해 본 일이 드문 나는 무작정 곁눈질로 아내를 따라 서툰 가위질을 흉내내기에 급급했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내 솜씨에도 아내는 별 말이 없다. 마음이 더 중요한 거니까 괜찮아라며 속으로 말해주는 것이 어찌 내게까지 들려오는 듯 했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열살이 체 되기전에 산타가 허구임을 알게 되어버린다는데, 유난히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녀석에게 이제 그 설레임이 몇번 안 남.. 더보기 Shooting the stars 어느새 12월. 오늘밤은 별을 찍어보자. 광각렌즈가 있으면 좋으련만 이내 장비타령을 또 해가면서 그새 삼각대를 짊어지고 뒷마당에 나와있었다. 매뉴얼에서 읽은 그대로 조리개 열고 수동으로 무한 포커스 상태로 노출 15초 타이머 찰칵. 분명 내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저기 북두칠성이 렌즈에는 왜 잡히지 않는걸까 고심해가며. 그후로는 무아지경. 밤하늘을 흠뻑 즐겼다. 더보기 Christmastime is here 오늘 저녁이었던가 크리스마스 트리 만든다고 지난주부터 약속한 것을 잠시 깜박했는데, 녀석은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리 온 모양이다. 내내 퇴근하는 나만 기달렸다는 말에 순간 피식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뭐가 그리 즐거운걸까. 사실 미국에서 20년 살았으면 크리스마스 정도는 진짜 생목을 써줘야 하는데, 매번 같은 푸념를 하며 어느새 작년에도 잘 쓰고 차고에 고이 모셔두었던 3분완성 초간단 조립식 플라스틱 나무를 꺼내왔다. 아마 내가 물건사고 후회 안한 극히 몇 안되는 물건. 초겨울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금새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켜지고 녀석은 엄마와 즐겨운 방울달기 놀이에 몰입한다. 키가 닿지도 않으면서 기어이 마지막에 황금별은 자기 차지라고 덤벼들더니, 이내 트리가 완성되자마자 사방을 뛰어다니며 불을 .. 더보기 거리들 사람들 막상 그리웠던 것들은, 내가 잃었다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라, 언젠가부터 버린 것들이었다. 더보기 문방구 여행이 누구에게나 흥겨운 엔돌핀이라도 나눠주는건지, 한국에 도착했던 날부터 녀석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침에 깨어나 늦은 저녁녘 잠들 무렵까지 온종일 싱글벙글거렸다. 제 아빠 엄마가 다들 부산하게 제각기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는 동안, 제접 적잖은 시간들을 녀석이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놀거나 할머니와 삼촌네가 놀아주며 집에 남아 있곤 했는데, 우리 없이도 큰 불평 없이 매일 잘 지내주어 고맙기도, 또 미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부터 미리 계획해 두었던 것. 한국에 오면 꼭 녀석을 데리고 아빠가 어릴적 다니던 그런 옛날 문방구를 하나 찾아가는 일이었다. 마침 가까운 시장 뒷골목에 옛 추억을 일으킬만한 곳이 있었다. 어느 여유롭던 아침, 장남감 사주겠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녀석이 자다 일어나서 이게 왠 횡재.. 더보기 제주도 한국오느라 어지간히 지겨웠던 비행기를 또 다시 탑승. 그러나 처음으로 와보는 제주도라, 정말 모처럼 온식구가 함께하는 여행길이라, 기대 반 설레임 반. 고맙게도 모든게 신혼여행까지 뒤로 미룬 동생 녀석의 아이디어였다. 2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맛집 중 하나로 주저없이 제주도 를 꼽겠다. 그 이름처럼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던 아담했던 식당안으로 들어서자 벽벽마다 빼곡히 명사들의 친필을 담은 글귀들이 손님들을 반겼다. 이곳 제주에서도 별 인기없던 바보 노무현의 담백한 한 마디가 메아리처럼 가슴을 울렸다. 그 바로 밑에 MB가 다녀간 사진을 덜컥 붙여놓은 건, 대체 주인장이 무슨 심보였는지 통 알 길이 없었다. 기분 상하던 찰나, 한상이 거하게 차려지더니 절로 감탄이 우러났다. 해륙진미의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