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s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동생 장가가던 날 "Love is blind. Marriage is the eye-opener." - Pauline Thomason 그리도 좋은가. 요즘 것들은 이런날에 긴장도 하지 않는다. 사실은 부러웠다. 한강에 있던 무슨 선상 웨딩홀. 결혼하기 참 좋았던 날씨. 하긴 비오는 날이었다한들 뭐 어땠으리. 다 좋은거지. 어느새 큰 며느리에게 마음을 의지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새 각시 첫 삼년 혼쭐나게 교육시키시겠다던 그 시어머니의 옛 엄포는, 그렇게 세월속에 찬찬히 묻혀버렸다. 집안의 큰 날에 제법 맏며느리 포스를 풍기던 아내를 바라보며. 너도 예전에는 새파랗게 젊었던 날이 있었단다, 나즈막히 귀에 대고 속삭여 주고 싶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의젓한 모습으로 Ringboy로 데뷔한 다섯살 난 꼬마 앤드류. 꼴에 한.. 더보기 포토제닉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그냥 대충 훓어만 보는데도 벌써 긴밤이 되었다. 주위에서도 이번에 어머님 얼굴이 참 좋아보이신다는 인사을 종종 받곤 했는데, 다시금 보니 표정들이 화사하신 것이 사진들을 무던히도 잘 받으셨다. 어떤날엔 여왕처럼 때로는 바닷사람처럼. 늘 어머니처럼 혹은 할머니처럼, 그러나 아내처럼. 막 50대처럼 또는 60대처럼, 간혹 40십대처럼. 여전히 여자처럼. 어머니에게 女子가 남아있다. 여행길이 고단하셨는지 돌아오셔서는 조금 편찮으시다. 그간 아들이 체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숨겨놓으신 젊음들을 감사하게도 카메라가 많이 담아 주었다. 사진들 직접 보시면 새 기운이 조금 나실테다. 더보기 Home Sweet Home 2주간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대략 5,000장의 사진을 찍어왔더라. 짧은 여행덕에 한동안은 블로깅 할 꺼리로 내심 즐거우리라. 그 많던 사진들 속에 겨우내 한장을 고른다는게, 하필이면 아내가 핸드폰으로 찍은 흐렸던 제주도 푸른 앞바다. mp3가 없던 지난 시절, 낡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곤 했던 그곳의 감성이 바다소리에 숨어있다. 오늘은 이 사진 한장만으로 스산한 마음을 가다듬기에는 충분할 듯 싶다. 더보기 찰나를 담아 불변을 바래본다 Du fehist mir. 독일어로 '보고싶다'라는 말은, 직역하자면 '너에게 내가 없다' I miss you. 영어로 '보고싶다'라는 말은, 직역하자면 '나에게 니가 없다' "아빠, why is 이모 wearing that pretty dress?"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던 녀석이 의아한듯 물어오는 것이 괜시리 미소를 머금게 한다. "Because it is the prettiest day of her life." “Photography takes an instant out of time, altering life by holding it still.” - Dorothea Lange (1895-1965) 동생 내외의 야외촬영 사진들을 찬찬히 바라보던 아내는, 그들이 마치 화보같다며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 더보기 한가위만 같아라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 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 '달빛 기도' - 이해인 수녀 ) 두분 건강하세요. 더보기 밍크 평생에 사치란 걸 모르시던 양반이 한 여름에 무슨 바람이 나셨는지 갑자기 밍크코트 한벌을 꼭 하시겠다고, 조금 의아한 마음 접어두고 운전이나 해드릴 겸 시내에 있는 뷰티크로 향했다. 우리 어머니 그까짓 밍크 한벌 입으실 자격 충분하다고 그 오지랖 넓은 동물 애호가들과 싸워드릴 용의까지만 있었고, 화끈하게 큰 아들이 한벌 쏘겠다는 말은 매장에 닥지닥지 붙어있는 가격표들을 보고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괜히 따라왔다, 죄송한 마음을 숨겨야했다. "이런 날에 가야 많이 깎어." 넉넉잡고 한시간 남짓이면 당도할 곳인데 하필 평소에 도통 없던 심한 교통체증까지, 100도가 넘는 삼복 더위에 뭣하러 그 두터운 털옷을 장만하시겠다는건지 살짝 불평이 튀어나오려던 찰나, 금새 속내를 읽으신 어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더보기 인연 - Labor Day weekend @ Renaissance Esmeralda Indian Wells Resort & Spa 인연이란 녀석은 참 얄궂을 때가 있다. 아끼는 후배가 새 여자친구라고 소개한 사람이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부부와 먼저 연이 닿았었던, 내 대학시절 같은 교회에 수줍게 오빠라고 따라다니곤 했던 그 꼬맹이 중학생이, 우리앞에 어엿한 숙녀가 되어 다시 나타났다.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고 해서, 순간 세월이 모질게 그리고 낯설게도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삼촌은 물론 말할 것도 없거니와, 처음 보는 이모까지도 녀석은 금새 정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태권도 삼촌 또 언제 다시 놀러오냐며 자꾸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이, 연휴로 단 이틀 다녀갔던 그들의 빈자리가 녀석에게 제법 컸음.. 더보기 Force 얼마전 트위터에서 어느 교수님이 이르시기를, 인생에서 남자가 조심하여야 할 세가지로, 초년성공(初年成功), 중년상처(中年傷處), 말년무전(末年無錢)을 꼽으셨다 한다. 나는 때때로 현인들의 지혜가 담긴 말씀들을 접할 때마다, 무언가 따갑게 정곡이 찔리는 아픔을 매번 참아내야 한다. 나 들으라고 하신 말씀은 아닐진데, 애써 위로하면서. 예전부터 나도 남자에 대한 변변찮은 지론이 하나 있는데, 내 생각엔 자고로 남자란 뭐니뭐니해도 포스가 있어야 한다, 뭐 이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카 빙의는 이젠 생활습관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 나이가 어려 영화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게임만으로도 스타워즈와 주인공 이름들을 두루 섭렵한 내 아들 녀석도 이미 '포스'를 익히 잘 알고 있다. 남자가 포스가 있으면 형형색색의 레.. 더보기 그 남자의 시계 이 사진의 이상한 점은? 이승철이 시계를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원래는 왼쪽에 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계를 협찬했던 회사쪽에서 방송을 모니터링하다가 카메라의 앵글 때문에 자사 시계가 전혀 노출되지 않자, 급하게 이승철 측에게 연락하여 바로 오른쪽에 바꿔 착용할 것을 요구했단다. 심사중에 늘 버릇처럼 오른손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제스쳐까지도 전부 고려했던 모양이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내가 아는 이유는? 별나라 얘기 하나 더. 우리나라에는 부자들이 참 많다고 한다. 유럽 최고가 명품 시계 반열의 한 브랜드 총판 책임자로 있으면서, 회사에서 대여 해준건지 거져 준건지 알수 없는 1억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는 내 동생말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남자의 양복, 구두, 그리고 시계 .. 더보기 불꽃놀이 10월 30일. 결혼 날짜를 받아들고 동생 내외가 다시 미국에 들렸다. 그 다음날인 10월 31일이 다름아닌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이라는 것도 우연치고는 놀라웠는데, 때마침 박씨 하나를 물고 옛 흥부네를 찾아들었던 그 까치마냥, 이름 모를 진귀한 새 한마리가 다음날 오후 처마 밑에 걸려, 무슨 일인지 반갑게 울고 있다. 길한 징조다... 혼자서 되뇌였다. 앤드류를 자기 아이처럼 마음 써주는 예비 제수씨가 이미 벌써 가족의 일원이 된 느낌이다. 머리 검은 짐승이란 자기 이뻐해주는 것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했는데, 녀석 역시 태어나 얼굴 몇번 본적 없는 삼촌과 이모를 온 종일 귀찮을 정도로 쫓아 다닌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모난 어른들의 시선처럼 사람의 진심을 의심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혜안이 있다고 믿는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