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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Fathers "Eighty percent of success is showing up." - Woody Allen, 일주일 내내 와이프가 집을 비웠다. 공인 보석 감정사 마지막 실기를 위해 떠난 그 빈 자리를 이번에도 녀석이 무사히 버텨냈다. (사실은 녀석이 아니고 내가 잘 버텨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간혹 엄마가 보고싶다는 한숨어린 귀여운 푸념 말고는 별다른 탈없이 잘 지내주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울 지경이였다. 아빠와 단 둘이서 무더운 초여름 더위를 식혀보려 아이스크림 샵도 들렸다가, 어떤날엔 녀석이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도 구경갔다 어떨결에 또 하나 사주고 말았다. 화요일엔 먼지 뒤집어 쓴 지저분한 내 차를 닦아주겠다고 호스를 들고 나서고, 선선한 다른 저녁에는 녀석의 세발 자전거를 이끌고 나와 할아버지 집 .. 더보기
Solvang Memorial Day Weekend를 Solvang에서 보내게 되었다. 마침 아끼는 후배 녀석 커플도 짬을 내어 LA로 내려와 동행하니 3시간 넘는 드라이브도 덜 지루하였고, 무엇보다 앤드류가 저를 엄청 이뻐해주는 태권도 삼촌을 오랜만에 보게되서인지 출발 전부터 잔뜩 신나있었다. 100여년 전 덴마크에서 이주한 몇몇이 당시로도 헐값에 거저 사다시피한 불모지에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짓고 개간하였더니 어느덧 남가주의 명소가 되어있었단다. 이국적인 풍경과 더불어 시선이 가는 곳곳마다 그들 역사의 흔적도 함께 새겨져 있었다. 마을만큼 연로해 보이는 말 두필이 이끄는 마차에 몸을 싣고 큰 삼거리를 거닐 때나, 머리에 맞지도 않는 빨간 헬멧 뒤집어쓴 앤드류를 앞에 태우고 'Surrey Bike' 페달을 같이들 밟.. 더보기
Good Neighbors (NGO) 일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저녁에 하필 교회 소모임이 있는 날이다. 맨날 피곤하다는 핑계로 와이프와 아들녀석만 한동안 보내다가, 오늘이 당분간동안 마지막 모임일거라는 말에 거절하기가 미안했다. 거기다가 아빠도 같이 간다고 신나해하는 녀석을 보니, 조금 피곤했던 것이 잠시 잊혀졌다. 오늘 모임을 위해 집으로 초대해준 교회 식구는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해서 제법 큰 사업체를 경영하는 부부인데, 도착하니 내 나이쯤 되어보이는 처음 보는 다른 커플이 인사를 건넨다. 'Good Neighbors'라는 Non-Government Organization (NGO) 소속의 미주 본부장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나중에서야 'World Mission'과 더불어 한국의 가장 큰 국제 구호 단체임을 알게되었다. 오늘 집주인이 몇달.. 더보기
and the Results are in "This is for you, I think." 우편함에서 무언가를 꺼내 온 와이프가 두툼한 서류 봉투 하나를 태연하게 내게 내민다. 내심 기달리던 지난주 종합 검진 결과가 나올 쯤 되었다 싶었는데, 나 역시 별 일이야 있겠나 싶어 덤덤하게 아무말 없이 건네받았다. 당췌 알아볼 수도 없는 외계어 비슷한 의학 용어들와 화학 기호들에 잠시 긴장되었으나, 다행히도 (내가 읽을 수 있는) 의사 소견이 따로 첨부되어 있어 얼른 결과부터 살펴보았다. 아직은 걱정할만한 큰 건강 이슈는 발견되지 않았다. 간, 신장, 빈혈, 갑상선, 당뇨, 위내시경 검사가 모두 정상이다. 노후에 심장과 중풍에 영향을 줄 수 있는 Cholesterol 만이 약간 높게 나와 앞으로 식생활 개선과 처방약으로 제어하고, 면역성이 없어진 B형.. 더보기
잔인했던 4월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 Excerpt from by T. S. Eliot (1922) 20세기 문학의 거장, Thomas Stearns Eliot 은, 푸르른 봄이 찾아와도 전쟁후 남겨진 처절한 상실감을 회복하지 못하는 시대의 아픔을 빗대어 '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라 표현했다. 엉뚱하게도 그와는.. 더보기
건강 종합 검사 내 나이 서른 중턱을 넘기고서야, 처음으로 오늘 건강 종합 검사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해를 거르지 않고 유행하는 감기란 모조리 다 걸리고, 조금 과식이라도 하는 날엔 어김없이 먹은 것을 체하고 몇일간 굶어가며 고생하는 나를 두고, 주위에서는 늘 걱정의 시선들을 보내왔다. 병원 문 들어서는 것을 어지간히 싫어하는 나는, 제발 검사 한번 받아보라는 가족들의 간절한 부탁을 몇해 동안이나 외면해 온것도 사실이다. 아직 젊다라는 뜬구름 같은 믿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그냥 모르고 사는게 약이려니 했다. 무슨 혈액 검사를 얼마나 하려는지 피를 3통이나 뽑아낸다. 전신 마취라 아무 느낌도 없을거라 약속한 시작전 간호사의 말과는 달리, 위내시경 내내 구역질과 통증을 참아내느라 10분 남짓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대장 검.. 더보기
야자 야간 자율 학습. 자율은 무슨.. 행여 하루라도 친구들과 땡땡이라도 치다 잡히는 날에는 담임에게 먼지나도록 맞았던 그 지긋지긋하고 억울했던 extra-curriculum이 오늘날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한국에서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뭇 놀랍기만 하다. 얼마전 방한을 마치고 돌아온 Obama가 한국의 교육열을 침이 마르도록 공공연하게 찬양하였는데, 심각한 에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루종일 수업에 지친 아이들을, 굳이 또 밤 늦게까지 학교에 잡아두어야 하는 이유를 아무도 내게 속시원히 알려준 이가 그때도 지금도 없다.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비능률적인 강요된 학습을 어린 학생들이 버티는 데에는, 그나마 함께 견디는 친구들이라도 곁에 있어서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나에게 그런 옛 친구놈 중 하나가 어제 갑작.. 더보기
아버지의 마음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천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구로 보냈다. 대구중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恨)을 자식을 통해 풀자고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 로 고쳐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 더보기
Young & Dignified " It has nothing to do with my parent." The 16 years-old, daughter of our good neighbor, who occasionally babysits my child, unexpectedly refused to accept money yesterday, explaining that she had been paid for little reason the last time Andrew was there. She was refreshing our memory dated a while ago when we had to suddenly take our kid back home only after an hour or so, because he was not f.. 더보기
주호의 꿈 "대한민국은 빈곤한 이들이 끔찍한 가난의 늪에서 벗어날 확률이 고작 6%에 지나지 않는 빈곤의 함정에 깊이 빠진 나라다." - 김대일 서울대 교수 전에는 아니었는데, 아마도 나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 이후에야 생각이 변한듯 싶다. 기본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가여운 심정의 측은함보다는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못난 부모의 탓인가, 허울만 있는 기괴한 자본주의의 폐단인가. 이 아이에게 언젠가 꿈은 꼭 이루어질거라 얘기해주고 싶지만, 마음만큼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내 아이였다면, 나는 누구를 원망할건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