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s 썸네일형 리스트형 Tears from Heaven 일년 내내 추위를 모르던 캘리포니아는 12월 말이 되어서야 겨울이 당도하였음을 마침내 알린다. 도통 꺼내 입어볼 일 없던 옷장 깊숙한 곳 나의 두툼한 외투들이 비로서 쓸모가 생긴 계절이 와버린 것이다. 때늦은 겨울이랍시고, 요란스럽게도 벌써 나흘째를 쉬지도 않고 억수같은 비를 하늘이 뿌리고 있다. "아빠, rain이가 왜 와?" 작년이었다. 물끄러미 창밖 속 빗물을 바라보다 녀석이 뜬금없이 내게 물어왔었다. 어떨결에 그건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이 울고 있는 것이라고 대뜸 얘기해 버렸다. 왜 너도나도 모든 중딩들이 처음 기타 좀 만지작거리다가 똥폼잡고 쳐대는, 위대하신 Eric Clapton옹의 이라는 명곡도 있지 않은가. 암튼 그걸 어찌 아직 기억하고 있었는지, 몇일 전 제 엄마에게 그대로 일러바친 모양이다.. 더보기 생신 축하드립니다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히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 고정희 시인 (1948 ~ 1991) 소시적에는 생신 때마다 돈이 없어 원하기를 바라는 선물들 다 드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머리가 커버리니 정작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늠치 못하고 차마 또 빈손이다. .. 더보기 오류 "Never Put off until Tomorrow What You Can Do Today." - Saint Josemaría Escrivá (1902 ~1975)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태한 인간들의 행태를 꼬집는 명언, '오늘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흔히들 성경속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 쯤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실은 위에 보이는 바다처럼 인자하신 생기신 양반의 금언(金言)이다. 성 에스크리바 신부께서는 살아생전 999개의 명언을 기록으로 남기어 후세들에게 가르침을 내셨는데, 그는 바로 다름 아닌 'Opus Dei' 을 창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평신도 운동을 강조하는 이 단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공통된 노선을 밟고 있지만, 1947년 로마 교황청이 그들의 존립을 승인한 이후 오늘.. 더보기 이별 연습 참 구질구질 내리는 비까지, 간만에 찾은 LAX 는 늦은 시간까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곧 있으면 13시간이라는 지독하게 지루한 여행을 하게될 제 운명을 알 턱이 없는 녀석은, 그저 저에게 너무나 웅장하게 서있는 국제선 터미널의 위용에 잔뜩 들떠 보였다. 인천항 밤 비행기라 지금쯤 곯아 떨어져야 할 시간임에도, 공항 오던 길 아까 숨이 멎듯 불현듯 나타나 녀석을 놀라게 한 LAX 착륙장, 그래서 차 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내다보았던 위풍당당한 747 들이 즐비했던 그 광경을, 녀석은 차마 머리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 거대한 여객기들 중 하나를 곧 타게 될꺼라는 말에 어쩌면 지금 아이로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흥분에 빠져 있었을 수도 있다. 분주하게 탑승 수속까지 마친 그제서야, 예상치 못했.. 더보기 Chan Ho Park 예찬 "돌림자가 '호'자이니, 빛날 찬(燦)에 넓을 호(浩), 이게 좋겠구나." 와이프 뱃속에 아이가 사내임을 아시고는 녀석이 태어나기 한달 전을 즈음하여, 그간 고심하셨던 듯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으시고 아버지께서는 꼬깃꼬깃 종이 한장을 꺼내시며 손자 작명을 내셨다. 감사한 마음이야 당연지사거늘 내심 왜 하필 유명인 이름을 따라야 하나 마음이 조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찬호도 이 다음에 커서 박찬호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하시며 옆에서 어머니가 추임새 거드시는 일을 잊지 않으셨다. 그만큼이나 우리 부모님들과 같은 이민 1세대들에게 박찬호의 이름은 많이도 특별한 것이었다. 사실 미국이란 낯선 타지에서 한국인들 어깨에 힘들어가게 해준 'Korean Pride'의 장본인, 그 원조격이 아니던가. 영.. 더보기 인생은 성적순 추석을 즈음하여 오랜만에 친지들이 외갓댁에 모였다. 지금은 별세하신 외할머님께서 다산하신 덕에 증손들까지 모이면 그 수가 제법 되어 외삼촌께서 농으로 하신 그 말씀처럼 조그만 개척교회 하나를 시작할만도 하다. 그간 평안하셨느냐 서로들 따뜻한 안부가 오고가고는 다들 사는 얘기에 화기애애해질 쯤 어김없이 등장하는 자식 자랑 손자 자랑에 얘기 보따리가 또 한가득이다. 미국에 살다한들 한국인들처럼 자식 교육에 목매 사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얼마전 오바마가 방한 후 그 교육열을 극찬하고 공공연하게 부러움을 표시해왔던 바람에 그간 대체로 지지해왔던 그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많이 잃은 것도 사실이다. 국제사회화를 염두해 두고 아이들을 유치원부터 영어학원에 보내는 나라가 부럽다니, 그 얼마나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 더보기 거룩한 부담감 by Rodin (1902) "꿈이 있습니까?" 하루는 교회에서 언제나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다니시면서도 속깊고 진중하기로 평판이 좋으신, 청년부 사역을 담당하시는 부목사님 한분이, 5학년 여자아이들을 맡고 주일 교사로 섬기고 있는 와이프에게 물으신 모양이다. 학창 시절 윤택하지 못했던 가정에서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지내야했던 와이프는, 불우한 환경 때문에 제 능력만큼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자선 사업가가 되기를 소망하며, 그렇기 위해서 '세상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더 성공해야 된다는 조금은 이기적인 다짐을 하며 산다고 답했단다. "그것은 자매님이 안고 살아야 할 거룩한 부담감입니다." 거룩한 부담감이라. 설령 크리스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두가지씩은 남몰래 짊어지고.. 더보기 Ready, Set, Go.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일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오래 멈추어진 일을 다시 이어가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늘 그랬다. 어려서도 몇 달씩 밀린 일기를 다시 쓰기라도 마음 먹는 날이면, 먼지 묻은 예전 일기장을 찾아 다시 여는 일보다는, 먼저 공책부터 새로 마련하기 위해 동네 문방구부터 뛰어갔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옛 것을 모두 잊고, 혹은 예전 것은 없던 일로 하고픈 마음에,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어린 나이임에도 분명 어떤 편리한 면죄부같이 스스로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간 가게 일로 사기 아닌 사기까지 당하면서 남몰래 가슴앓이 하다가 결국은 이전하기로 결정되고, 이사를 하고 또 필요한 공사를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매장을 새로 꾸미다보니 몸보다는 마음이 더욱 피핍하여 블로깅을 멀리 하.. 더보기 그냥 걷기 http://gall.dcinside.com/list.php?id=hit&no=9405 내게 좋은 습관이자 동시에 나쁜 습관이 하나 있는것이,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조금이라도 읽을만한 글을 지나치면, 그때는 시간이 없더라도 나중에 꼭 정독하자 즐겨찾기 해놓은 것들이 수백개가 넘는다는 것. 그러나 그때만 지나면, 현실은 전혀 '즐겨 찾지' 않는다는 것. 뭐 그런 아이러니다. 이 글 역시 원래는 오래전에 발견했던 글인데 요즘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길래 마음 먹고 오늘 정주행하였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23살 청년이, 꾸미지도 않은 어눌한 문체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나, 부담없이 편하게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글을 두시간 넘게 몰입하여 완독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전으로 한.. 더보기 슬럼프 거의 한달 넘도록 블로깅을 멈추었던 것은, 귀찮아서라던가 쓸거리가 없었다던가 했던 이유보단, 비즈니스 관련되어 걱정스런 고심이 쉬이 해결되지 않아 마음의 여유가 턱없이 부족했던 탓으로 돌린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태한 일도 아닌 결국은 삶의 고만고만한 얄궂은 벽들에 조금만 부딪쳐도 늘 처음 겪는 일마냥 정신이 혼미해지고 남몰래 마음 졸이는 사람의 연약함이란 처량하기 그지없다. 처음 마음가짐을 조금 잃었던 것은 인정해야겠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그 감정의 기억이 메마르기 전에 어떤 흔적이라도 꼭 이곳에 남기겠노라 다짐한 것은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약속이 아닌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이미 지난 날들에 대한 뒤늦은 글들은 항상 조금 더 각색되고 미화될 수 밖에 없으니, 블로깅이 멈추었던 한달여의 시간..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