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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A Swan Life "백조가 아주 물위에선 폼나고 우아하게 떠있지. 근데 너 물속은 어떤지 알아? 졸라리 헤엄치고 있어. 산다는게 그런거다. 장난이 아냐, 임마." - 영화 모처럼만에 북가주를 몇일 다녀왔다. LA로 이주하기 전 처분하지 못한, 그래서 이제는 Upside-down이 되버린 골칫거리 집문제 해결을 위해, 편한 마음만은 아닌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제는 어쩔수 없이 멀리 떨어져 사는 몇몇 가슴트고 지내는 친구녀석들 반가운 얼굴 보는 일이란 어쩔 수 없이 즐겁기만 하다. 허우대 멀쩡하고 능력있는 놈이 서른중반이 되도록 장가를 못가 늘 안쓰러웠건만, 결국 바라던대로 단아하고 차분한 와이프와 연이 닿아 어제 처음으로 나에게 선보였다. 헤어짐의 쓰린 상처 달래며 한동안이나 애도일지를 써대던 후배놈도, 어느날인가부터 블로.. 더보기
아버지 Father, I fear your fragility. In tears, I pity your wilderness. I believed fathers were made of steels, I thought you were always a mountain. Throughout all years, and in between, my bitter sorrow lays besides you closer. I still have only grown to understand a little, your sternness wither like autumn leaves. One day as I also fathered a child, I will reluctantly concur with your loneliness. T.. 더보기
Embrace Life After all, it ain't yours, it's my life. 스무살 즈음하여 생애 처음으로 내 차라는 것이 생기고 나니, 젊은 객기를 가누지 못하고 결국 1년 안되어 프리웨이에서 큰 사고를 내고 말았다. 형태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내 애마는 폐차장으로, 천운으로 다행히 나는 불이나게 달려온 엠블란스를 빈채로 그냥 돌려보냈다. 습관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이후로도 나는 여전히 벨트 매는 것이 몸에 배지 않았다. 그런 내 아집을 부셔놓은건 다름아닌 내 아이다. 내 몸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것을 예외없이 나도 부모가 되어서야 깨달은 셈이다. 불현듯 어느날 갑자기 내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와이프와 녀석이 어떻게 살아갈까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상상할때면, 사사로운 일들도.. 더보기
서른여섯송이 고맙게도 발렌타이데이에 태어나줘서 오늘도 여지없이 생일꽃값 프리미엄 제대로 붙더구나. 너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못된 꽃가게 아줌마에게 3 dozen 계산하다가 잠깐 목이 메였다. 이래서 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18-200 망원렌즈는 또다시 다음달이나 꿈꿔야겠구나. 생일이랍시고 해준게, 지난 서너일 온종일 가게 대목이라 진이 빠질대로 빠진걸 겨우 또 끌고나와, 먹는둥 마는둥 저녘이라 때우고, 졸린눈 부벼가며 케이크 촛불 끄는 구색 정도만 맞추었구나. 이제 좀 쉬어. Happy Birthday. 더보기
해석불가 오래전 와이프가 사다 놓은, 이제 책장 먼지를 먹고 사는 '해변의 카프카', 마음은 간절한데 아직 보지 못했다. 그뿐이랴, 괴인 다치바나 다카시라던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유명 일본 작가들의 명작들을 수만번씩 제목만 들어볼 뿐, 정작 한권 제대로 읽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번역 서적들을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기피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문학 창작품의 완벽한 번역이란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의 깨달음에 있다. 번역이라는 것이 그저 단어 하나하나 단순히 옮기는 작업이라면 어렵지 않겠다만은, 유연하지 못한 직역이던, 작가 원래의 뉴앙스를 훼손시키는 의역이던, 어떤 경우이던 번역서는 곧 태어나는 그 순간 전혀 다른 한권의 책으로 돌변하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더보기
다가서기 돌아가신 내 할아버지께서 틀니를 빼내시고 자주 즐기셨던 잘 익은 연시 몇개가 어제 저녁 근사한 디저트가 되었는데, 워낙에 먹성 좋은 녀석이라 처음 먹어보는 신기한 과일 맛있어라 한두어개 낼름 먹는것에 큰 걱정 안했건만, 밤새 구토를 하여 한숨도 못잔 모양이다, 아픈 아이를 마음 졸이며 걱정하며 새벽에 이불을 세번씩이나 갈아야했던 와이프 역시 뜬눈으로 밤샘한건 당연지사. 코까지 골며 옆에서 한숨 안 깨고 잘도 잔 내가 오늘 아침 일어나서야 들은 이야기다. 녀석 병원 데려가는 것도 결국 엄마몫이고, 나는 고작 가게나 오픈하러 간다. 암울한 경기 침체로, 도미하셔서 근 20 여년동안 쓸것 안쓰고 부지런히 키우신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하루아침에 반토막나도 하소연 할 어느 한곳 없고, 오로지 자기네 실리나 챙기려는.. 더보기
Adieu 2009 돌아서면 금새 지나온 모래사장 발자국들이 흐릿하게 하나둘 지워져있다. 파도에 씻기어 바람에 부서진 어줍잖은 걸음의 자취들이 쓰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몰래 흔적을 감추고 있다. 먼길을 걸었건만 또 가야할 길 멀리 남아 이따금 회고하는 일조차 달력을 보고서야 되새긴다. 함께 걸어온 사람들 아직 가까운 곁에 혹은 멀어진 거리를 두고 지나버린 시간속에 머물고 있다. 순간 만끽한 웃음도 잠시 아팠던 마음도 그저 넉넉했던 여유도 되려 상처되던 말들도 오래 감사할 배려도 내심 짧았던 생각도 모든 의미있던 시간들도 마지못해 서운한채 그 모습대로 고이접어 아쉬운 바다 너머로 날린다. 이제 곤한 몸 일상에 치이어 잠시나마 내 마음도 눈을 붙일 시간이다. 한 해가 또 뜨면 소소한 기억의 조각들을 처음 마음으로 다시 모으.. 더보기
to Ellen 마누라 어서오게. 천천히 둘러보시게. 애써 보잘것 없는 이까짓 블로그를 아직 주위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글이 좀 차면 사실 너에게 처음 보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음은 이미 알고 있을터. 단지 내 가족에게, 몇 안되는 친구에게, 그리고 내 아이에게 내가 어느날 어느때 어떤 다짐으로 순간을 살았는지 조그만 기록을 남기고 싶은게 다였다. 그리 좋아라 읽은 책 한권도 일주일만 지나면 주인공 이름은 커녕 줄거리도 까마득해지는 나에게, 이곳은 여느 유행가 제목처럼 그저 '기억의 초상' 쯤이라 해두자. 모든 기억이 서둘러 잊혀지기에만 바쁜 내 연약한 감성들을 잠시나마 묶어 놓는곳, 타협하고 쇠약해져만 가는 내 가치관들이 더 초라해지기 전에,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셈 시작한.. 더보기
어머니 우리 어머니 환갑 잔치를 친지분들 모시고 집에서 조촐하게 했다. 잔치는 잘 마무리 되였지만, 뒤늦게 식구들끼리 남은 자리에서 어머니 표정이 어두우시다. 어려서부터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시는 분이신데, 예순이라는 세월의 감정에 북받치셨는지, 내 동생같지 않게 다정다감하고 살갑지 못한 장남인 내게 서운함이 많이 쌓여 있으셨던 모양이다. 며느리 노릇 잘하는 착한 와이프 덕택에 집안의 경일이며 지나칠만한 소사까지 일일히 도맡아 알아서 해주다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카드 하나 직접 써드린 것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게 사실이다. 친지들 앞에서, 아버지가 눈시울을 적시며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편지를 읽어내려 가시는 모습에 자못 준비가 부족해던 내 마음이 내.. 더보기
겨울 2009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비가 어제 밤부터 내내 오더니 아침까지 그칠줄을 모른다. 늘 습관처럼 달력을 넘기면서 체감할 수 없던 겨울의 기운이 그렇게도 갑자기 찾아왔다. 감수성 예민하던 내 젊은날 우산없이 맨몸으로 맞아내던 그 반가운 소나기도, 어느새부턴가 불편한 출퇴근길이나 걱정케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유난히 오늘 빗소리는 참으로 듣기가 좋다. 오늘 날씨 흐림, 계절은 맑음. 그렇게 편하게, 겨울이 들어닥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