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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내게 각별한 영화가 한편 있다. 한숨 주저 않고 최고라 말할수 있는 영화가 내게 있다. 무슨 고상한 철학이나 거창한 ego를 강요하지 않고, 삶속에 자연스레 묻어있는 아주 소소하고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영화가 있다. 사골탕 같다 해야 하나, 수십번을 넘게 보았어도, 지루하긴 커녕 그때마다 곱씹는 맛이 나서, 심심할때 가끔 기대없이 한번씩 틀어보고, 어느덧 대사까지 외워진 장면들을 또 보고 있어도 아련하게 저리는 그런 영화가 내게 있다. 밀물처럼 썰물처럼 세월의 미세한 흔들림이 가슴을 울린다. 그들이 말하듯 봄은 오고 또 가는가 보다. 그렇고 보니, Cinema Paradise 가 그랬고 Hearts in Atlantis 역시 그랬다. 그러나 다른 영화들이 다다르지 못하는 내마음 한켠 숨어 있는 조각.. 더보기
미안하다 가슴이 막 아리다. 친형제처럼, 나이를 떠나 벗이나 다름없이 아끼는 동생녀석으로부터 좋지 못한 소식을 접했다. 필요 이상 예의 바른, 그래서 밤늦은 전화는 행여나 방해될까봐 일전 한번 안하던 녀석이 석연찮게 11시가 다되어 전화를 다 했다, 젠장 불길하게도. 그 녀석 커플 참 주위에서 선남선녀라 부러움을 많이 샀었는데, 남녀 일이란게 혹은 부부 일이란게 그렇게 겉보이는데로가 다는 아닌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다 최근 적지않은 우려까지도 나름 안고 있었다 치더라도, 이 정도로 심각하게 나빠질 줄을 아니 몰랐다, 아니 나빠지지 않기를 바랬다. 나역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결혼에 여러번이나 위기를 맞았던 아픔의 선배로써, 되지도 않는 위로며 조언이며 해준답시고 핸드폰 베터리 나가도록 떠들어 댔지만, 지금.. 더보기
녀석이 감기기운이 있어, 가뜩이나 요즘 극성인 Swine Flu 때문에 걱정스런 마음으로 병원을 보냈는데, 다행히도 일반 감기라 한단다. 한 아이를 책임진다는 부모가 기껏해야 할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것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맘대로 안되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아무일 없는 일상이 무료하기는커녕 감사히 여기는 나이가 되었다. 나 역시 눈에 힘들어갔던 10대며, 좌충우돌 사회쓴맛 알아가던 20대, 그리고 꿈과 현실의 괴리감을 피부로 느끼게 되어가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니, 어렸을적 그리 어렵고 무섭게만 여겨졌던 아버지, 그의 연약한 세월의 뒷모습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불신론자들은 믿음의 허구성을, 인간의 나약함을 초현실적인 기복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굳이 이 주장을 다툴 이유가 없.. 더보기
Holy Matrimony 내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고, 내 주위나 후배들 결혼들 할때면 빠지지 않고 늘상 오가는 말이 있다. 결혼 준비 와중 사소한 것들에 신경이 퍼렇게 날처럼 서있다보니 종종 커플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곤 하는데, 와이프 될 처자들이 너나없이 내뱉는 레파토리중 하나,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인데, 결혼식은 최대한 내가 원하는데로 해줘." 그러나 이말에는 어폐가 다분하다. 두 커플중 한 쌍이 이혼하고, 전과(?) 한번쯤은 애교로 봐주다 못해, 돌싱에 되려 프리미엄까지 붙는 요즘 세상에 '일생에 한번'이라니. 쓴웃음 지어지는 '4주후에 뵙겠습니다'가 괜히 유행어가 된것이 아니다. 그나마 통계상으로는 정상적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커플이 더 많다는데, 내 주위 커플들만 보더라도 체감상으로는 다들 늘상 이혼전선 주.. 더보기
생각의 착시 "각각 11명을 이루는 두 학교의 축구팀과 주심 한명과 더불어 총 23명이 운동장을 뛰고있다. 이들중에 생일이 같은 두명이 있을 확률은 얼마인가?" 인간의 즉흥적, 직관적인 논리가 얼마나 자주 사실과 동떨어지는지 깨우치는 유명한 예문이다. 대부분의 이들은 1년에 365일이나 되는 생일을 23명중 두사람이 공유하는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성급히 판단한다. 그러나 반이상의 확률로 한쌍 이상이 발견된다고 듣게되면 놀라움과 의아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질문뒤에 숨어있는 논리의 핵심은 23명이라는 수보다 23명이 이룰수 있는 모든 가능한 쌍의 수를, 놀랍게도 253쌍을, 간파하는데 있다. 똑같은 질문이 이제 전혀 다른 질문으로 변한다. "총 253쌍중 생일이 같은 두명이 있을 확률은 얼마인가?" 이제 더 이상 불.. 더보기
오래전 친구 프리웨이에서 내차 앞바퀴 낡은 타이어 한짝 때문에 큰 사고가 날뻔했다. 다행이 LA 한인타운 근처라 가까운곳에 정비소를 발견할수 있었는데, 꽤나 젊은 사장이 친절하게 도와주면서 언뜻언뜻 날 쳐다본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중.. (아마 내가 가격 깍아달라 구걸하던중이었을꺼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제가 아는 사람 같아서요" 깊숙히 눌러쓴 모자 아래로 찌는 날씨에 땀버벅이 되어있는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다. 작업복 왼쪽상단 바느질된 명찰에 새겨진 이름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오 마이갓" 14년만에 재회인가. Berkeley로 올라가기전 몇달정도 LA 어느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일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어느덧 정비소 사장이 되어 내앞에 서있다. 세월이 참으로... 더보기
Digitally Foolish Blogging 이후, 사진들을 찾아보며 비로서 내 컴퓨터안의 파일들이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정리가 안되었는지 알게됐다. 여기다 갖다 대면, 내 옷장꼴은 양반이다. 머피의 법칙인지 머시긴지, 간만에 파일 정리 한번 해보겠다는 찰나에, 아뿔사 하드가 나가버린다.. 백업도 안됐는데.. 다른건 몰라도 사진들만은 잃어서는 안되는데. 부랴부랴 500GB SATA 하나 사와, 다른곳에 사진들이 혹시 백업됐나 와이프컴까지 죄다 뒤져본다. 이런 와중에도 우스운 생각이 드는것이, 어차피 내가 기억못하는 사진들은 찾아봐도 있는지 없는지 알턱이 없을텐데 뭐하는 짓인가 이게. 그리고는 문득, 우리 어머니가 예전부터, 아버지와 다투시면서까지, 여기저기 가면 사진 못 찍어 안달을 내시고, 역광에 망친 사진들까지 일일히 현상하셔서 .. 더보기
Marriage, Mathmatically Incorrect 며칠전, 차안 라디오에서 조금 흥미로운 대화가 오가는 것을 듣고 볼륨을 높였다. 어느 경제학 교수가 말하는 '결혼의 경제학적 관점의 이해'가 주제였다. (운전 중이라, 교수의 이름을 받아적어 놓치 못한게 아쉽지만, 코넬대 경제학과 여교수였던 걸로 기억한다.) 인간은 어느 누구와 언제 왜 결혼하며, 혹 어떤이들은 이혼하며 사는가? 논리의 전개를 위해 한가지 가정를 설정하였는데, 그것은: Soulmate Exists? ('The Only One That's Meant Just For Me' 사전적인 의미보다, '나의 운명적인 배우자'를 의미한다.) 모든 이들은 어렴풋이나마 자기에게 주어진 절대적 아담, 혹은 하와가 지구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냥 적당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더보기
선물 세상이 아직 따스하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에게 선물을 받는다는것이 이런 기분인가. 모모리님, 감사하게 쓰겠습니다. 더보기